이미지 안에 숨어 있는 것들
디지털 사진에는 픽셀 데이터만 들어있는 게 아닙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장비로 촬영했는지를 담은 메타데이터가 함께 저장되어 있습니다. 이미지를 볼 때는 안 보이지만, 파일을 열어보면 누구든 확인할 수 있고, 생각보다 많은 개인 정보를 드러냅니다.
사진 메타데이터의 표준은 EXIF(Exchangeable Image File Format)입니다. 1995년 일본전자공업진흥협회가 처음 표준화했고, 지금은 거의 모든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 이미지 편집 앱이 지원합니다.
EXIF에 뭐가 담겨 있나
EXIF 데이터에는 수십 가지 항목이 들어갈 수 있는데, 주요 범주는 이렇습니다.
카메라 정보
카메라 제조사와 모델, 렌즈 종류와 초점 거리, 시리얼 넘버. 어떤 장비를 썼는지가 고스란히 기록됩니다. 사진가에게는 아카이브 정리에 유용하지만, 공유하는 모든 사진에 내 카메라 모델이 따라붙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촬영 설정
셔터 속도, 조리개, ISO 감도, 노출 보정, 측광 모드, 플래시 사용 여부. 사진 애호가들이 좋은 사진의 EXIF를 뜯어보면서 어떤 설정이 그런 결과를 냈는지 공부하는 데 많이 활용됩니다.
날짜와 시간
촬영 시각이 초 단위까지 기록됩니다. 타임존 설정, 원본 촬영 시간, 마지막 수정 시간이 모두 포함됩니다. 사진 정리에는 편하지만, 위치 태그와 결합하면 내 활동의 상세한 타임라인이 만들어집니다.
GPS 좌표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가장 민감한 항목입니다. 스마트폰과 GPS 장착 카메라는 모든 사진에 정확한 위도·경도를 심습니다. 거실에서 찍은 사진에 집 주소가 들어가고, 직장에서 찍은 사진에 근무지가 박힙니다. 여행 사진 모음은 내 동선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 폰이 매 사진마다 위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합니다. 이 사진을 SNS나 메신저로 공유하면, 플랫폼이 메타데이터를 지워주지 않는 한 GPS 데이터도 함께 전달됩니다.
썸네일
EXIF에는 작은 미리보기 이미지도 포함되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문제가 생깁니다. 썸네일은 촬영 시점에 생성되어서, 이후에 사진을 자르거나 편집해도 업데이트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크롭한 사진의 EXIF 썸네일을 추출하면 원본 전체가 보이는 거죠. 실제로 이런 사례가 프라이버시 사고로 이어진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프라이버시 문제
EXIF 메타데이터는 대부분의 사용자가 생각지 못하는 실질적인 개인정보 위험을 만듭니다.
위치 추적이 가장 명확한 우려입니다. 위치가 태그된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면 누구든 좌표를 뽑아서 거주지, 직장,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스토킹, 빈집 타겟팅, 신상 공개가 공개된 EXIF 위치 데이터로 실제로 일어난 바 있습니다.
GPS 없이도 메타데이터는 패턴을 드러냅니다. 카메라 시리얼 넘버로 여러 사진을 동일 기기(=동일 인물)에 연결할 수 있고, 타임스탬프로 활동 기록이 만들어지고, 카메라 모델 정보로 여러 플랫폼에 올린 사진들이 한 사람 것인지 식별할 수 있습니다.
메타데이터를 지워야 할 때
공개적으로 사진을 올릴 때는 EXIF를 지우세요. 웹사이트, 포럼, SNS 모두 해당됩니다(일부 플랫폼은 자동으로 제거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이미지를 보낼 때, 중고거래 사이트에 사진을 올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판매할 가구 사진에 집 좌표가 들어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상업 웹사이트 이미지에서도 프라이버시와 용량 감소 두 가지 이유로 제거하는 게 좋습니다.
유지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개인 사진 라이브러리를 정리할 때(날짜, 카메라, GPS가 검색과 분류에 유용), 전문 사진을 클라이언트에게 납품할 때(기술 정보가 필요할 수 있음), 이미지의 출처와 맥락이 중요한 아카이브 목적일 때입니다.
방향 태그 문제
잘 오해되는 EXIF 항목 중 하나가 방향(orientation) 태그입니다. 폰을 세로로 들고 찍어도 카메라 센서는 항상 가로 방향으로 촬영합니다. 대신 EXIF 방향 태그를 설정해서 표시할 때 어떻게 회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거죠.
문제는 이 태그를 무시하는 소프트웨어가 있다는 겁니다. 폰 갤러리에서는 제대로 보이던 사진이 웹사이트에 올리거나 이메일에 첨부하면 옆으로 눕거나 뒤집힙니다. 이미지가 깨진 게 아니라 보는 쪽에서 방향 태그를 안 읽는 겁니다.
확실한 해결책은 실제 픽셀 데이터에 회전을 적용(무손실 회전)하고 방향 태그를 "정상"으로 리셋하는 것입니다. 이러면 어떤 소프트웨어에서 열어도 올바르게 표시됩니다. 대부분의 현대 이미지 처리 도구가 이 기능을 자동 옵션으로 제공합니다.
메타데이터 확인과 편집
데스크톱에서 이미지를 우클릭해서 속성을 보면 기본적인 EXIF가 나옵니다. 모든 항목을 보려면 전용 도구가 필요하고, 편집이나 제거도 가능합니다.
대량 제거에는 커맨드라인 도구가 가장 빠릅니다. 디렉터리 전체의 이미지를 수 초 만에 처리하면서 픽셀 데이터는 건드리지 않습니다.
브라우저 기반 도구는 간헐적 사용에 가장 접근성이 좋습니다. 이미지를 업로드하고, 메타데이터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제거한 뒤 다운로드하면 됩니다. 아무것도 설치할 필요 없이 특정 사진에 GPS가 있는지 빠르게 확인하고 싶을 때 유용합니다.